11. 태양 제1시대 - 베렌과 루시엔 > 아르다의 역사 이야기


 아르다의 역사 이야기  출처 : 회색회의 http://cafe.naver.com/greycouncil 

작성일 : 10-12-10 14:20 / 조회 : 3,451

11. 태양 제1시대 - 베렌과 루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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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 죽고 베오르 가문의 지도자가 된 바라히르는 모르고스군에 의해 황무지가 된 영토에서 소수의 부하만을 이끌고 게릴라전을 벌였습니다. 바라히르의 명성이 높아지자 모르고스는 사우론에게 그를 척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지요. 사우론은 바라히르의 부하 중에 한 명을 잡아 바라히르의 은신처를 알아낸 뒤 오크들을 파견해 바라히르 무리를 모두 죽이고 맙니다. 단 한 사람, 바라히르의 아들 베렌만이 정찰을 나가 있었기 때문에 참화를 피했지요.

오크 무리는 핀로드의 반지를 끼고 있는 바라히르의 손 하나만을 잘라내어 사우론에게 보고하러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베렌은 오크 우두머리를 죽이고 부친의 잘려진 손을 되찾아 나왔지요. 그리고 4년 동안 홀로 모르고스의 졸개들을 처단하며 유랑합니다. 이때부터 그는 모르고스의 수하가 아니면 어떤 살아 있는 것도 죽이지 않았고, 고기도 먹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짐승들이 베렌의 친구가 되어 주었고, 그 도움으로 베렌은 붙잡히지 않을 수 있었지요. 마침내 모르고스는 놀도르 왕 핑곤에 맞먹는 현상금을 베렌에게 걸었고,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된 베렌은 조상들이 살던 땅을 포기하고 떠나게 됩니다.

베렌은 그때까지 어떤 인간도 들어가보지 못한 싱골의 도리아스 왕국으로 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의 고향과 도리아스 사이에는 공포산맥이 자리잡고 있었는데, 이곳은 발로그에게 쫓겨난 웅골리안트가 머물다가 허기 끝에 굶어죽은 곳으로 무시무시한 거미 종족이 살고 있었던 탓에 엘프들도 지나갈 엄두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베렌은 고난 끝에 공포산맥을 통과하고 도리아스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도리아스의 숲 속에서 베렌은 일루바타르의 자손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싱골과 멜리안의 외동딸 루시엔으로, 둘은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죠. 하지만 싱골이 이 사실을 알고 노발하여 베렌을 잡아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유한한 생명의 인간이 감히 엘프와 마이아 사이에 태어난 자녀에게 손을 댔으니 화가 날만도 하죠.

루시엔은 베렌을 데리고 제발로 싱골 왕의 옥좌 앞에 나아갔고, 싱골은 베렌더러 비천한 노예 같은 놈이라고 경멸합니다. 베렌은 핀로드의 반지를 내보이며, 자기 가문은 어떤 엘프 군주로부터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응수하지요. 루시엔에게 베렌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싱골은 베렌더러 모르고스의 왕관에서 실마릴을 하나 떼어오면 딸을 내주겠다는 말을 내뱉습니다. 그는 그렇게 실마릴의 저주에 얽혀들면서 자신과 자신의 왕국의 파멸을 초래하고 말았죠. 하지만 그때 그 장소에 있었던 사람 중에 누구도 베렌이 살아서 되돌아오리라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베렌은 도리아스를 벗어나 나르고스론드를 찾아가 핀로드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핀로드는 자신의 맹세로 인해 자기 왕국도 실마릴의 덫에 걸려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돌발화염의 전투로 영지를 잃은 페아노르의 아들 둘이 나르고스론드에 머물던 중이었거든요. 핀로드가 휘하 족장들에게 베렌에 대한 원조를 요구하지만, 페아노르의 아들들이 나서 실마릴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나르고스론드가 이 일로 파멸하게 되리라고 위협하는 바람에 자기 군주에 대한 충성을 저버리고 맙니다.

백성들이 자신에 대한 충성을 파기하였지만, 핀로드는 자신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충직한 열 명의 부하를 데리고 베렌과 함께 앙그반드로 향합니다. 하지만 사우론에게 발각되고, 핀로드는 사우론과 결투를 벌입니다. 모르고스와 핑골핀의 결투 이후 가장 치열했던 싸움이었지만, 핀로드 일행은 모두 사로잡히고 말았죠. 사우론은 이들의 이름과 목적을 알아내려고 '늑대인간의 섬', '톨인가우로스'의 탑에 그들을 가두고 핀로드의 부하부터 하나씩 죽여 버립니다.

마지막으로 핀로드와 베렌만이 남았고, 늑대인간이 베렌을 잡아 먹으려고 감방에 들어오자 핀로드는 사력을 다해 쇠사슬을 끊고 맨손으로 격투를 벌여 늑대인간을 처치했습니다. 그러나 자신도 가운데땅에서의 생명을 다하고 말았죠. 이 늑대인간의 탑은 원래 핀로드가 모르고스군을 막을 목적으로 건설했었는데, 돌발화염의 전투 이후 사우론에 의해 점령되어 버린 곳이었죠. 그렇게 놀도르 가운데 가장 신실했던 핀로드는 자기가 세운 탑의 지하감옥에서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의 시신 곁에서 베렌은 말없이 눈물을 흘릴 뿐이었죠.




절망의 순간, 루시엔이 나타나 베렌을 구출했습니다. 루시엔은 베렌이 도리아스를 떠난 뒤 그를 따라나섰는데, 그만 핀로드가 떠난 뒤 나르고스론드를 차지하려고 궁리하던 페아노르의 아들들의 눈에 띄었고, 음흉한 마음을 품은 그들에 의해 납치되고 말았죠. 그때 늑대사냥개 대장 후안이 그녀를 태우고 탈출합니다. 후안은 오로메가 페아노르의 아들 중 한 명에게 선사했던 전쟁사냥개로, 가장 강력한 늑대인간을 잡기 전에는 죽지 않는 운명을 갖고 아만 대륙에서 태어났는데, 착한 마음씨를 지녔기 때문에 루시엔을 돕고 싶었던 것이죠. 톨인가우로스에서 후안은 많은 늑대인간을 죽였습니다. 발리노르의 사냥개의 운명에 대해 알고 있던 사우론은 직접 늑대인간의 형상으로 후안 앞에 나타났지만, 난전 끝에 후안에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베렌과 루시엔은 한동안 숲 속에 머무르며 함께 시간을 보냈지만, 베렌은 싱골 왕에게 했던 맹세를 완수하기 위해 몰래 혼자 앙그반드로 떠났습니다. 도중에 베렌은 슬픈 마음에 이별의 노래를 지어 불렀고, 루시엔이 그만 이 노래를 듣고 다시 후안의 등을 타고 베렌을 쫓아왔습니다. 베렌은 루시엔과 자신이 떨어질 수 없는 운명임을 깨닫고 그녀와 함께 길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후안이 죽였던 늑대인간의 시조 드라우글루인의 껍질을 베렌이, 흡혈박쥐의 껍질을 루시엔이 뒤집어 써서 변장한 덕에 일행은 앙그반드 정문까지 적의 눈길을 피해 무사히 도착하지요.




앙그반드 입구에는 드라우글루인의 후예이자 모르고스가 직접 키운 최강의 늑대, '붉은 목구멍' '카르카로스'가 서있었습니다. 카르카로스는 들라우글루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에 베렌 일행을 수상하게 여기고 곁으로 왔지요. 그때 루시엔에게 아이누의 혈통으로부터 전해내려온 힘이 발휘되어 카르카로스에게 잠을 자라고 명했고, 쓰러지듯이 잠에 빠진 카르카로스를 뒤로 하고 베렌과 루시엔은 앙그반드의 궁정으로 진입하였지요.

마침내 그들은 모르고스의 권좌 앞에 도달합니다. 베렌은 모르고스 곁으로 몰래 다가갔으나 모르고스는 루시엔의 변장을 벗겨내었죠. 루시엔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밝힌 뒤에 모르고스를 위해 노래를 바치겠다고 제안합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혹된 모르고스는 은밀한 욕망을 품고 노래를 허락하지요. 루시엔의 노래는 모르고스의 궁정을 잠재웠고, 루시엔의 노래에 응답하듯 모르고스의 강철왕관에 박혀 있던 실마릴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실마릴에 얽힌 모든 근심과 공포와 욕망의 무게가 모르고스를 내리 눌렸고, 모르고스는 고개를 꺾고 잠에 빠져 버리면서 머리에 씌워져있던 왕관이 바닥에 굴러 떨어졌지요. 전무후무한 희대의 메져, 루시엔입니다. --;

베렌은 앙그리스트로 실마릴 하나를 베어냅니다. 놀랍게도, 유한한 생명의 존재였던 베렌에게 실마릴은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그때 베렌은 그만 자신의 맹세를 넘어 실마릴을 모두 되찾아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다시 칼을 들었고, 그것은 실마릴의 운명이 아니었기에 앙그리스트가 부러지면서 그 칼날이 모르고스의 뺨을 쳐 버렸지요.




그 바람에 앙그반드 전체가 깨어나버렸고, 베렌과 루시엔은 황급히 달아났지만 정문에서 다시 카르카로스와 마주치고 말았지요. 베렌이 오른손으로 실마릴을 높이 쳐들자 카르카로스는 잠시 멈칫거렸다가, 베렌의 손목을 물어 뜯고 실마릴을 삼켜버렸습니다. 신성한 보석은 카르카로스의 뱃속을 태우기 시작했고, 고통에 미쳐버린 카르카로스는 남쪽으로 뜀박질 쳐버렸죠. 그리고 소론도르와 그 부하들에 의해 구출된 베렌과 루시엔은 도리아스로 돌아갑니다. 위급한 순간에는 항상 독수리가 등장합니다. ^^;

드디어 싱골은 베렌과 루시엔의 혼인을 허락하였습니다. 어떤 힘으로도 그들의 운명을 갈라놓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광기에 휩싸인 카르카로스가 도리아스에 난입하였고, 싱골과 베렌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늑대사냥을 떠납니다. 카르카로스가 싱골을 덮치는 순간, 베렌이 이를 막아서고 중상을 입습니다. 후안이 카르카로스와 사생결단을 벌여 그 목숨을 거두었지만, 주어진 운명대로 후안도 명을 다하였죠. 카르카로스의 배를 갈라 꺼내진 실마릴을 본 베렌은 이제 자신의 모험이 완성되었다는 말을 남기고 후안의 뒤를 따릅니다.




베렌이 죽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루시엔도 시름에 겨워 그 영혼이 만도스의 궁정으로 향하고 말았지요. 그곳에서 루시엔은 만도스 앞에 무릎을 꿇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슬픈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도 발리노르에서는 그 노래가 불리고 있고, 발라들은 그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흘린다고 합니다. 만도스마저 연민의 정을 느꼈는데,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인간인 베렌에게 주어진 죽음은 발라들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라, 만도스는 루시엔에게 다음과 같은 선택권을 줍니다. 만도스에게서 풀려나 아만 대륙에서 발라들과 세상 끝까지 살 것인지, 가운데땅으로 베렌과 함게 돌아가되 유한한 생명이 되어 두 번째 죽음을 맞을 것인지. 루시엔은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베렌을 선택합니다. 그리하여 아이누의 혈통이 인간에게도 전해질 수 있게 되었지요. 베렌과 루시엔은 벨레리안드 동부 숲에서 외아들을 낳고 삶을 함께 하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톨킨이 생전에 가장 사랑했던 이야기가 베렌과 루시엔의 노래였습니다. 톨킨의 묘비에는 본명 아래 베렌이라는 이름이, 톨킨의 아내의 묘비에는 루시엔이라는 이름이 함께 새겨져 있답니다. 실마릴을 되찾는 모험 중에서 베렌은 별 활약이 없고 모든 게 루시엔 덕분이었던 걸 보면, 톨킨의 아내 사랑이 이렇게 나타난 건 아닐까 짧게 생각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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