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태양 제2시대 - 두네다인의 타락 > 아르다의 역사 이야기


 아르다의 역사 이야기  출처 : 회색회의 http://cafe.naver.com/greycouncil 

작성일 : 10-12-10 14:23 / 조회 : 3,912

18. 태양 제2시대 - 두네다인의 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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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복을 누리던 누메노르에 최초로 어두운 징조가 나타난 때는 11대 왕 '타르미나스티르'가 재위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사우론이 에레기온을 멸망시키고 린돈까지 노리던 때에 원군을 파견한 누메노르 왕이 바로 타르미나스티르였지요. 단지 인간들에게만 서쪽으로의 항해가 금지되었으면 누메노르인들이 타락하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누메노르인들은 엘프들과 두터운 친분을 쌓으며 여러 지식과 기술 및 선물을 전수해받았는데, 가운데땅에 사는 엘프들은 물론 아만 대륙의 동쪽에 떠 있는 섬 에렛세아에 사는 엘프들까지 누메노르를 방문하였지요. 

에렛세아는 울모가 가운데땅에서 아만으로 엘프들을 실어 나른 섬이었고, 분노의 전쟁이 끝나고 가운데땅을 떠난 엘프들은 모두 이곳에 거주하였습니다. 그들은 벨레리안드에서 에다인과 함께 살던 시절의 추억도 있고 해서 에다인의 후예인 누메노르인들과 교분을 유지했던 것입니다. 에렛세아의 항구는 '아발로네'였는데, 바로 아서왕 이야기에 등장하는 아발론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지요. 아발로네를 거쳐 누메노르에 온 가장 귀한 선물은 하얀 나무 '님로스'였습니다. 님로스는 야반나가 불멸의 땅의 엘프들에게 선사한 '갈라실리온'의 묘목이었는데, 갈라실리온은 저 유명한 빛의 나무 중 하나였던 텔페리온을 닮은 나무였지요. 게임 화면에서 캐릭터를 선택하면 보이는 나무 문양이 바로 님로스의 자손인 하얀 나무를 뜻하는 것입니다. 곤도르의 갑옷에서도 이 문양을 찾을 수 있고, 누메노르 시절부터 왕의 궁전에 마련된 정원에서 고이 길러지는 왕권의 표상이라 할 수 있는 나무죠. 영화에서도 미나스 티리스의 꼭대기 왕궁 정원에 말라 죽은 백색 나무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아라곤이 왕이 되자 미나스 티리스 근처에서 어린 묘목이 발견되어 새롭게 흰나무의 전통을 이어나가게 되죠. 여하튼 하얀 나무는 찬란하게 빛났던 발라의 나무의 추억을 머금고 있는 빛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타르미나스티르는 아만의 빛을 본 엘프들을 사랑하면서 동시에 시기하였습니다. 더없이 즐거운 삶이었지만 인간의 유한한 생명을 불평하고 엘프에게 부여된 영원한 생명을 원한 것이죠. 그의 백성들도 에렛세아의 엘프들이 인간에게는 금지된 선을 넘어 항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자신들도 서쪽 수역까지 가보고 싶어져 불만이 고조되어 갔습니다.





금지된 서쪽 항로에 대한 불만이 누메노르인 사이에 널리 퍼지자 이를 걱정한 엘프들은 사절을 보냈습니다. 사절들은 아만에 유한한 생명이 오면 너무 강렬하고 환한 빛 속에 들어선 나방처럼 더 빨리 지치고 쇠약해질 것이며, 발라들로서는 일루바타르가 인간에게 내린 죽음이라는 선물을 빼앗을 수가 없다고 간곡하게 설명하였죠. 하지만 두네다인은 납득하지 못했고, 아름다운 누메노르에 영원히 머물고 싶어했습니다. 어떤 존재이건 맹목적인 집착에 빠지면 사악해 질 수밖에 없나 봅니다. 페아노르도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보석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했기에 그 커다란 참화를 초래하였던 것이었으니까요. 사자들은 경고하였습니다. 죽음은 단지 일루바타르가 인간에게 언젠가 아르다를 떠날 수 있도록 부여한 선물이며, 인간이 그것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모르고스의 어둠 때문이라고. 발라들과 엘프들은 최초부터 영원까지 아르다에 속박당한 운명이지만 인간들은 그렇지 않다고. 에루의 뜻은 누구도 거역할 수가 없다고.

이 사건은 13대 왕 타르아타나미르의 재위시에 일어났습니다. 그는 재물을 탐하는 오만한 왕이었고, 엘프 사절의 충고를 불쾌하게 생각했지요. 그리고 그의 부친 조선왕 타르키랴탄 시절부터 누메노르인들은 가운데땅에서 더 이상 선물을 주는 입장이 아니라 무거운 조공을 거두는 착취자가 되었습니다. 누메노르의 함선들은 가운데땅에서 막대한 공물을 거둬들여 부를 쌓기 시작했죠. 게다가 원래 누메노르 왕들은 늦은 나이에 결혼한 뒤 자식이 장성하면 스스로 세상을 떠나며 왕위를 물려주었는데, 타르아타나미르는 그러한 관습에 따르지 않고 장성한 아들에게 왕권을 넘겨주기를 거부하며 삶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최초의 왕이었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오래 살았다고 하네요.

덕분에 늦은 나이에 왕위에 오른 14대 왕 타르앙칼리몬도 부친과 가치관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시기에 이르면 누메노르인들 사이에 파벌이 형성되는데, '왕의 사람들'은 다수파로 오만에 빠져 엘프와 발라로부터 등을 돌린 자들이었고, 소수파인 '엘프의 친구들'은 엘렌딜리로 불리며 발라들에게 충직하려고 한 사람들이었지요. 영국 역사에서 왕당파와 의회파를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 그리고 이 즈음에 누메노르인들은 처음으로 가운데땅의 서해안에 거대한 정착지를 만들어 식민지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누메노르의 지복은 차츰 시들기 시작했지만 왕들의 위력과 위엄은 날로 커져갔지요. 엘프의 친구들도 가운데땅에 펠라르기르라는 항구를 건설했습니다. 이 도시는 제3시대가 끝날 때까지 파괴되지 않고 남았고 곤도르의 5대 도시 중의 하나이자 곤도르에서 가장 큰 항구로 손꼽히는데, 곤도르 전체를 통틀어 가장 오래된 도시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누메노르인들 중에서 왕과 고위 귀족들은 퀘냐와 신다린에 능통하였고, 중세에 라틴어가 학문 언어로 쓰였던 것처럼 퀘냐로 두루마리와 책을 저술하였습니다. '타르'라는 단어 자체가 왕을 의미하는 퀘냐이죠. 그런데 발라와 엘프에 대한 적개심이 커지면서 19대 왕부터는 타르라는 칭호를 버리고 '아르'라는 누메노르어로 된 왕호를 쓰기 시작합니다. 22대 왕 아르기밀조르는 엘프어의 사용을 완전히 금지하였고, 엘프의 친구들을 누메노르 동쪽으로 강제로 이주시켜 에렛세아로부터 찾아오는 엘프들과의 접촉을 아예 차단하였습니다. 발라들을 배신한 대가로 누메노르 왕들의 수명은 점점 짧아졌고, 님로스도 시들기 시작했지요.

엘프의 친구들의 우두머리는 누메노르의 서쪽 지방인 안두니에의 영주 가문이었습니다. 그들은 4대 왕 '타르엘렌딜'의 맏딸 실마리엔의 후손이었습니다. 누메노르의 왕통은 본래 딸은 제외하고 가장 나이가 많은 아들에게 물려지다가, 6대 왕의 자손이 딸 하나밖에 없자 그녀가 왕위에 오르면서 남녀 구분 없이 맏자식이 승계하는 법도가 세워졌지요. 그러니 이 관습이 더 빨리 확립되었더라면 안두니에 가문이 왕족이었을 수도 있었습니다. 엘프의 친구들의 가장 큰 적이었던 아르기밀조르는 안두니에 가문에서 미인으로 소문난 여인을 아내로 삼았고, 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 인질라둔은 어머니를 빼다 닮았던 탓에 왕호로 다시 타르를 택해 타르팔란티르로 자신을 칭했습니다. 타르팔란티르는 님로스를 정성들여 돌보고 조상들의 오만을 참회하였으나 때가 너무 늦었죠.

타르팔란티르에게는 기밀카드라는 동생이 있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아 형과 공공연히 적대하였습니다. 기밀카드의 아들 파라존은 아버지보다 더 부와 권력을 탐하는 인물이었고 누메노르인들이 인간들에 대한 지배권을 확장하려고 벌인 정쟁에 참전하여 지휘관으로서 높은 명성을 얻었죠. 그는 아버지가 198세로 누메노르 왕족으로서는 굉장히 때이른 죽음을 맞자, 엄청난 재물을 가지고 누메노르로 돌아와 백성들에게 아낌 없이 나누어주며 환심을 샀죠. 타르팔란티르는 백성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고통 속에 죽음을 맞았고, 미리엘이라는 외동딸이 누메노르의 네 번째 여왕으로 즉위해야 했으나 파라존이 그녀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결혼을 성사시켰고 왕권을 장악하여 스스로 왕이 되었습니다. 미리엘과 파라존은 사촌이었던 것인데, 누메노르 왕가에서는 이렇게 가까운 친척 사이에서는 혼인하지 않는 게 법도였죠. 이렇게 포악무도한 '황금왕' 아르파라존이 누메노르 최후의 왕으로 등극하면서, 삼천년 넘는 시간동안 지속되었던 누메노르 왕국에도 종말이 찾아 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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