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태양 제3시대 - 마지막 족장의 수련 > 아르다의 역사 이야기


 아르다의 역사 이야기  출처 : 회색회의 http://cafe.naver.com/greycouncil 

작성일 : 10-12-10 14:25 / 조회 : 4,237

26. 태양 제3시대 - 마지막 족장의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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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찰자의 15대 족장 아라손은 2933년 오크와의 전투 중 60세라는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고, 그 때 아라곤은 두살박이에 불과했습니다. 엘론드가 아라곤과 그의 어머니 길라엔을 리븐델에서 보호했고, 이실두르의 후계자를 수색하는 첩자들 때문에 아라곤을 에스텔(희망이라는 뜻의 요정어)이라고 불렀죠.

아라곤은 스무 살 때 엘론드의 두 아들과 함께 큰 공적을 세웠습니다. 엘론드의 두 아들은 엘프와 드워프의 시작 퀘스트에 등장하기도 했죠. 엘론드는 크게 기뻐하며 아라곤에게 그의 혈통을 알려주며 가문의 가보인 나르실의 파편과 바라히르의 반지를 건네줍니다. 다만 안누미나스의 홀은 아라곤이 위대한 업적을 이룰 때까지 자신이 갖고 있겠다고 하였죠.

기분이 고양된 아라곤은 리븐델의 숲 속을 거닐다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처녀를 만나 한 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마치 그의 아득한 선조 베렌이 루시엔을 처음 보았을 때처럼. 그러나 그녀는 루시엔과 달리 아라곤을 바로 선택하지 않았지요. 엘론드의 외동딸이자 갈라드리엘의 손녀인 아르웬을 사모하게 된 아라곤은 말수가 적어졌고, 길라엔은 이를 염려하여 아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요. 아라곤의 대답을 들은 길라엔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득한 태양 제1시대에 성사되었던 두 번의 예외적인 혼인을 제외하면, 인간과 엘프가 맺어진 적이 없었으니까요. 아무리 축복 받은 인간 두네다인의 영주라고 해도, 아르웬의 혈통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고귀했습니다. 이 부분의 대화가 좀 재미있습니다. 어머니는 가당찮은 꿈에 빠진 아들을 달래어보지만, 아들내미는 그녀를 얻지 못한다면 차라리 황야를 떠돌다 죽고 말겠다고 투덜댑니다. 그러자 어머니 왈, "그게 원래 니 운명이거든?" --; 실제로 이렇게 쓰여져 있는 건 아니고 비딱하게 읽으면 어째 그런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아라곤의 눈빛을 보고 그의 마음을 읽은 관심법의 소유자 엘론드는 아라곤 앞에는 조상의 영광보다 더 큰 위업을 이루던가, 일족과 함께 파멸의 구덩이에 빠지던가 두 개의 운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기가 올 때까지 장가를 갈 수 없을 거라고 예언하지요. 흠, 두네다인은 본래 늦게 혼인을 하는 법이긴 합니다만.. 하긴 범상한 인간들이 아니니 평범한 인간의 시각에서 생각하면 안 되겠지요.





이제 리븐델을 떠난 아라곤은 30년동안 가운데땅을 떠돌며 사우론에 맞서 싸웁니다. 간달프를 만나 친분을 쌓고, 인간의 온갖 기예와 학식에 통달한 먼치킨으로 성장합니다. 세오덴의 아버지 로한 왕 셍겔을 섬기며 함께 말을 타고 변경의 오크 떼를 섬멸하기도 하는데, 이때 세오덴은 유년기를 보내고 있었죠. 여기서 두네다인의 장수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반지전쟁이 벌어질 때 세오덴은 이미 노인이 되어 있었습니다만, 세오덴의 아버지와 함께 전투를 벌였던 아라곤은 여전히 장년에 머무르고 있었으니..

아라곤은 곤도르 재상 엑셀리온 2세를 섬기기도 했습니다. 반지전쟁 당시 곤도르 재상이었던 데네소르 2세의 아버지였죠. 아라곤은 본명을 밝히고 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곤도르인은 그를 소롱길, 그러니까 독수리의 별이라고 불렀습니다. 소롱길은 엑셀리온을 보좌하며 곤도르의 수비에 많은 공을 세웠으나 그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업적은 움바르를 급습한 일이었습니다. 모르도르와 돌 굴두르, 미나스 모르굴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했던 곤도르의 적이 움바르의 해적이었거든요. 

움바르는 누메노르 최후의 왕이었던 황금왕 아르파라존이 상륙하여 사우론의 항복을 받아냈던 곳이자, 검은 누메노르인이라고 불렸던 타락한 누메노르인과 곤도르의 찬탈왕 카르타미스의 후손들이 근거지로 삼아 해적질을 했던 거대항구였죠. 이곳의 해적들은 배를 타고 곤도르 남부 해안을 유린할 기회만을 노렸기 때문에, 곤도르는 남부 해안 방어에도 많은 병력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수도 미나스 티리스 수비가 소홀해진다고 해도, 곡창 지대였던 남부가 무너지게 내버려 둘 수가 없기 때문이죠. 소롱길의 공격으로 움바르의 해적 대장이 죽었고 꽤나 많은 함선을 불태웠기 때문에, 반지 전쟁 때까지 움바르의 기세는 한 풀 꺾여 있었습니다. 이게 2980년의 일이었습니다.




곤도르로 귀환하면 엄청난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소롱길은 엑셀리온에게 작별의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로 떠났습니다.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든 곤도르인이 그가 떠나버린 일을 아쉬워했지요. 바로 재상에 오를 데네소르였습니다. 그는 소롱길의 정체를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신의 지위를 위협하리라 판단을 내렸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왕이 귀환하면 재상은 통치권을 내놓아야 하니까요. 데네소르는 키도 컸고 도도한 성격에 용맹스러우며 학식까지 두터운 빼어난 인물이었지만, 소롱길 때문에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해 가슴 한 편에 설움이 맺혀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고, 데네소르는 자신의 한 아들이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게 만듭니다.

데네소르는 사루만의 충고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에, 간달프에게 조언을 구하라고 말한 소롱길과 자주 대립했습니다. 영화에서 데네소르가 간달프를 시큰둥하게 대하는 모습이 나오죠. 데네소르의 차남 파라미르는 간달프와 친하게 지냈기 때문에 데네소르는 파라미르를 탐탁치 않게 여겼을 정도니까요. 장남 보로미르는 결혼도 하지 않고 무예만 수련할 정도로 그 용맹이 출중하였고, 데네소르는 보로미르를 굉장히 총애하였죠. 그러나 두 형제는 서로 다투는 법이 없이 돈독한 우애를 자랑했습니다.

그러니까, 데네소르는 아라곤과 동년배였던 겁니다. 재상 가문도 두네다인에 속하는데, 반지 전쟁 때 데네소르는 왜 그렇게 폭삭 늙은 상태였을까요? 그건 데네소르가 팔란티르에 손을 댔기 때문이죠. 미나스 이실이 함락되면서 그곳의 팔란티르가 사우론에게 넘어갔고 그 후 곤도르 재상은 팔란티르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데네소르는 자신의 의지로 사우론과 겨루며 팔란티르를 통해 정보를 얻으려 한 것입니다. 사우론과의 정신적 대결은 노화를 촉진시켰고, 데네소르의 마음에 어둠을 심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과신하여, 다른 사람의 충고에 귀를 귀울이지 않게 되었죠. 하지만 그가 얻는 정보는 사우론에 의해 조작된 것도 있었기 때문에, 데네소르는 희망을 잃고 점점 무기력해져 갔던 것입니다.




다시 아라곤의 이야기로 돌아오면, 움바르에서 귀환한 그는 로스로리엔으로 갑니다. 갈라드리엘에게 엘프의 의복을 건네 받아 갈아입은 아라곤의 모습은 엘프 귀인처럼 보일 정도였고, 그 차림새로 마침 이곳에 머무르고 있던 아르웬을 삼십 년만에 만납니다. 이때 아르웬의 마음이 결정되었지요. 둘은 장래를 함께 하기로 맹세했고, 여기서 엘론드의 커다란 슬픔이 잉태되었습니다. 엘론드의 자식은 엘론드가 불사의 땅으로 돌아갈 때 따라가지 않으면 가운데땅에 남아 인간의 운명으로 죽어야 했고, 그렇게 되면 영원히 다시 만날 수가 없기 때문이죠.

사실 아르웬은 반지의 제왕에서 직접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말을 달려 프로도를 구하고 계곡물로 나즈굴을 휩쓴 걸로 나오는데, 프로도 구출은 태양 제1시대에 혼자서 발로그를 상대했던 엘프 귀족 글로르핀델의 역할이었고 나즈굴을 퇴치한 자는 엘론드였죠. 참고로 원래 톨킨의 초안에서는 글로르핀델이 레골라스 대신 반지원정대의 일원이었습니다. 에오윈을 제외하면 반지의 제왕에 활약하는 여성이 전무한 탓에, 아르웬을 좀 더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피터 잭슨은 소설 부록에 등장했던 장면들을 영화에 삽입하였죠. 본래 신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어떤 가문과 혼인하는 역할에 그치는 법이기는 합니다.

딸의 선택을 알게 된 엘론드는 아라곤에게 자신의 딸과 혼인할 인간은 최소한 모든 두네다인 왕국의 왕이어야 한다고 말하죠. 그리하여 운명의 전쟁이 벌어질 때까지, 아라곤은 다시 또 인내하며 지내야 했습니다. 이제 모든 시대의 갈등이 결집되어 표출되는 반지 전쟁으로 이어집니다. 
반지온 (반지의 제왕 온라인) - 북미서버 한국 유저 커뮤니티 BANJI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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