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태양 제3시대 - 반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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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다의 역사도 이제 대단원의 막을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모르고스라는 악의 결정체가 남긴 최고 부관 사우론의 악행도 이제 종말을 맞이하고, 고귀하고 아름다웠던 엘프들도 가운데땅에서 거의 대부분 철수하는 시절이 코 앞이네요. 반지 전쟁의 주요 내용은 영화를 통해서 많이 알려져 있으니 원작과 크게 차이 나는 부분을 간략히 설명드리는 정도로 넘어가겠습니다. ^^;
우선 프로도가 샤이어를 떠난 시기가 완전히 다르지요. 빌보의 생일잔치는 3001년에 있었고, 유일반지를 물려받은 프로도는 그걸 3018년까지 간직하고 있다가 그 즈음에서야 빌보의 반지가 유일반지라는 걸 알아차린 간달프 옹이 샤이어에 오면서 급하게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빌보의 뒤를 곧장 뒤따른 것처럼 나오는데, 그러면 17년 만에 리븐델에서 삼촌을 만난 조카의 기쁨이 아무래도 좀 덜하겠지요.
아르웬의 활약이 추가된 부분은 앞 글에서 언급하였으니 넘어가고, 보로미르가 죽으면서 아라곤을 왕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첨가된 부분이지요. 소설에서 보로미르는 그런 말 없이 죽습니다. 재상가문에서 아라곤을 인정하는 첫 번째 인물은 파라미르죠. 파라미르 성격이 좀 많이 변했습니다. 그는 인간 중에서 유일하게 프로도가 운반하던 반지를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은 고결한 성품의 소유자였거든요. 영화에서는 반지를 뺏어 아버지께 귀여움을 받으려는 불쌍한 아들로 나왔죠.
그리고 헬름 협곡 전투에서 엘프의 원군이 도착하는데, 원작에서는 그런 적 없습니다. 대신 엔트들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나무정령 후오른들이 오크 떼의 후방을 때리면서 전열이 붕괴되기는 했습니다. 펠렌노르 평원에서도 언데드 군단이 활약한 적이 없어요. 아라곤은 언데드군을 데리고 펠라르기르를 위협하던 움바르의 해적들을 때려잡는데 사용합니다. 앞선 글에서 움바르 해적이 곤도르에 얼마나 위협이었는지 설명드렸죠. 해적을 물리친 뒤 아라곤은 맹세파기자들을 속박에서 풀어줍니다. 그렇다면 펠레노르 전투에서 어떻게 그 압도적으로 보였던 오크군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요?
곤도르 남부에는 상당히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어요. 본래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는 지방에 군대가 건재해도 통신 수단이 미비했기 때문에 병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죠.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쾌속진격으로 한양을 점령했을 때 삼남에 10만 이상의 정규군이 소집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우실 듯합니다. 그리고 곤도르는 중앙집권체제라기보다 각 지방의 영주들이 봉신으로 임명된 봉건국가에 가깝다고 봐야 하니.. 백제가 허망하게 무너진 까닭은 지방 호족들이 병력 동원을 거부했기 때문이었죠. 의자왕이 끌려가고 난 다음에 봉기해서 부흥 운동이 꽤 성했으니, 국가의 모든 힘이 동원되는 현대의 총력전 개념으로 당시 전쟁을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곤도르 남부군은 움바르의 해적선을 타고 안두인 대하를 거슬러 펠렌노르 평원에까지 도착합니다. 움바르 해적선은 검은 돛을 사용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죠. 검은 돛을 단 배들이 보이자 오크 군의 사기는 극도로 오르고, 곤도르군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습니다. 움바르 해적선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남부 지역이 무너졌다는 것이고, 이제 한 줌의 희망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니까요. 에오메르마저 깊게 탄식하고 말죠. 그런데 그 때, 움바르 해적선에서 내린 무리 앞에 휘날리는 깃발이 좀 이상했습니다. 천 년 넘게 왕이 없었던 곤도르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검은 바탕에 흰나무가 수놓아진 거대한 왕의 깃발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아라곤의 곁에는 북부에서 뼈가 굵은 순찰자 무리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에텐 무어에서 레인저라고 등장했던 그 분들이죠. 믿었던 동맹군은 커녕 무시무시한 기세로 안두릴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아라곤의 군세 앞에 악의 군대는 지리멸렬하게 깨어져 나갔습니다.
영화에서는 나르실을 다시 벼린 안두릴이 왕의 귀환에서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반지원정대가 출발하면서부터 아라곤이 갖고 갔습니다. 원작에서는 안두릴이 아니라 아르웬이 손수 수놓은 흰나무 깃발을 선사받고 전장에 임하게 되었죠.
마지막으로 반지 전쟁은 헬름 협곡과 펠렌노르 평원 전투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만 알려드리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어둠숲 남부의 돌 굴두르의 군세는 로스로리엔과 레골라스의 아버지 스란두일의 왕국을 공격했지요. 사우론이 몰락하면서 돌 굴두르군도 크게 사기가 꺾였고, 로바니온의 엘프들은 오랜 숙적이었던 돌 굴두르를 마침내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몇 차례나 곤도르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동부인들도 공격을 개시했었지요. 이들은 데일과 외로운 산으로 향했습니다. 무쇠발 다인과 명궁 바르드의 손자 브란드 왕이 분투 끝에 모두 숨을 거두었지만, 마침내 이들도 동부인들을 격퇴하는데 성공했지요.
그만큼 사우론의 공세는 전면적이었고, 만약 다섯 군대의 전투로 안개산맥의 오크 떼가 막대한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면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서 자유민 세력이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도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지요. 그야말로 기적같은 승리였습니다. 간달프와 소린이 달리는 조랑말 여관에서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이 정반대로 될 수도 있었던 것이지요. 아라곤이 젊어서 움바르의 해적을 약화시켜놓지 않았더라면 곤도르의 남쪽 지방이 일찌감치 무너졌을 지도 모르구요.
무엇보다 누군가 골룸을 연민하지 않고 그냥 죽여버렸더라면, 반지는 파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도에게 샘이라는 듬직한 동료가 없었더라도 임무를 완성할 수 없었겠지요. 그 많은 요소가 촘촘하게 얽히고 섥힌 끝에 갈등이 해소된 것이지, 달랑 반지 하나 없어졌다고 사우론이 패망한 게 아닙니다. 진중권 교수가 언급해서 유명해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래서 반지의 제왕은 실마릴리온을 읽고 다시 읽으면 전혀 느낌이 다르답니다.
우선 프로도가 샤이어를 떠난 시기가 완전히 다르지요. 빌보의 생일잔치는 3001년에 있었고, 유일반지를 물려받은 프로도는 그걸 3018년까지 간직하고 있다가 그 즈음에서야 빌보의 반지가 유일반지라는 걸 알아차린 간달프 옹이 샤이어에 오면서 급하게 여행을 떠난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빌보의 뒤를 곧장 뒤따른 것처럼 나오는데, 그러면 17년 만에 리븐델에서 삼촌을 만난 조카의 기쁨이 아무래도 좀 덜하겠지요.
아르웬의 활약이 추가된 부분은 앞 글에서 언급하였으니 넘어가고, 보로미르가 죽으면서 아라곤을 왕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첨가된 부분이지요. 소설에서 보로미르는 그런 말 없이 죽습니다. 재상가문에서 아라곤을 인정하는 첫 번째 인물은 파라미르죠. 파라미르 성격이 좀 많이 변했습니다. 그는 인간 중에서 유일하게 프로도가 운반하던 반지를 보고도 욕심을 내지 않은 고결한 성품의 소유자였거든요. 영화에서는 반지를 뺏어 아버지께 귀여움을 받으려는 불쌍한 아들로 나왔죠.
그리고 헬름 협곡 전투에서 엘프의 원군이 도착하는데, 원작에서는 그런 적 없습니다. 대신 엔트들의 부하(?)라고 할 수 있는 나무정령 후오른들이 오크 떼의 후방을 때리면서 전열이 붕괴되기는 했습니다. 펠렌노르 평원에서도 언데드 군단이 활약한 적이 없어요. 아라곤은 언데드군을 데리고 펠라르기르를 위협하던 움바르의 해적들을 때려잡는데 사용합니다. 앞선 글에서 움바르 해적이 곤도르에 얼마나 위협이었는지 설명드렸죠. 해적을 물리친 뒤 아라곤은 맹세파기자들을 속박에서 풀어줍니다. 그렇다면 펠레노르 전투에서 어떻게 그 압도적으로 보였던 오크군에게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까요?
곤도르 남부에는 상당히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었어요. 본래 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에는 지방에 군대가 건재해도 통신 수단이 미비했기 때문에 병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가 힘들죠.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쾌속진격으로 한양을 점령했을 때 삼남에 10만 이상의 정규군이 소집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우실 듯합니다. 그리고 곤도르는 중앙집권체제라기보다 각 지방의 영주들이 봉신으로 임명된 봉건국가에 가깝다고 봐야 하니.. 백제가 허망하게 무너진 까닭은 지방 호족들이 병력 동원을 거부했기 때문이었죠. 의자왕이 끌려가고 난 다음에 봉기해서 부흥 운동이 꽤 성했으니, 국가의 모든 힘이 동원되는 현대의 총력전 개념으로 당시 전쟁을 생각하기가 어렵습니다.
곤도르 남부군은 움바르의 해적선을 타고 안두인 대하를 거슬러 펠렌노르 평원에까지 도착합니다. 움바르 해적선은 검은 돛을 사용하기 때문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죠. 검은 돛을 단 배들이 보이자 오크 군의 사기는 극도로 오르고, 곤도르군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습니다. 움바르 해적선이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건 남부 지역이 무너졌다는 것이고, 이제 한 줌의 희망도 남지 않았다는 의미니까요. 에오메르마저 깊게 탄식하고 말죠. 그런데 그 때, 움바르 해적선에서 내린 무리 앞에 휘날리는 깃발이 좀 이상했습니다. 천 년 넘게 왕이 없었던 곤도르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검은 바탕에 흰나무가 수놓아진 거대한 왕의 깃발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리고 아라곤의 곁에는 북부에서 뼈가 굵은 순찰자 무리가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에텐 무어에서 레인저라고 등장했던 그 분들이죠. 믿었던 동맹군은 커녕 무시무시한 기세로 안두릴을 휘두르며 달려오는 아라곤의 군세 앞에 악의 군대는 지리멸렬하게 깨어져 나갔습니다.
영화에서는 나르실을 다시 벼린 안두릴이 왕의 귀환에서 등장하는데, 실제로는 반지원정대가 출발하면서부터 아라곤이 갖고 갔습니다. 원작에서는 안두릴이 아니라 아르웬이 손수 수놓은 흰나무 깃발을 선사받고 전장에 임하게 되었죠.
마지막으로 반지 전쟁은 헬름 협곡과 펠렌노르 평원 전투만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는 점만 알려드리면서 글을 맺겠습니다. 어둠숲 남부의 돌 굴두르의 군세는 로스로리엔과 레골라스의 아버지 스란두일의 왕국을 공격했지요. 사우론이 몰락하면서 돌 굴두르군도 크게 사기가 꺾였고, 로바니온의 엘프들은 오랜 숙적이었던 돌 굴두르를 마침내 파괴할 수 있었습니다. 몇 차례나 곤도르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동부인들도 공격을 개시했었지요. 이들은 데일과 외로운 산으로 향했습니다. 무쇠발 다인과 명궁 바르드의 손자 브란드 왕이 분투 끝에 모두 숨을 거두었지만, 마침내 이들도 동부인들을 격퇴하는데 성공했지요.
그만큼 사우론의 공세는 전면적이었고, 만약 다섯 군대의 전투로 안개산맥의 오크 떼가 막대한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면 어느 한 곳이 무너지면서 자유민 세력이 연쇄적으로 붕괴할 수도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었지요. 그야말로 기적같은 승리였습니다. 간달프와 소린이 달리는 조랑말 여관에서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이 모든 일이 정반대로 될 수도 있었던 것이지요. 아라곤이 젊어서 움바르의 해적을 약화시켜놓지 않았더라면 곤도르의 남쪽 지방이 일찌감치 무너졌을 지도 모르구요.
무엇보다 누군가 골룸을 연민하지 않고 그냥 죽여버렸더라면, 반지는 파괴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프로도에게 샘이라는 듬직한 동료가 없었더라도 임무를 완성할 수 없었겠지요. 그 많은 요소가 촘촘하게 얽히고 섥힌 끝에 갈등이 해소된 것이지, 달랑 반지 하나 없어졌다고 사우론이 패망한 게 아닙니다. 진중권 교수가 언급해서 유명해진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아니라는 거지요. 그래서 반지의 제왕은 실마릴리온을 읽고 다시 읽으면 전혀 느낌이 다르답니다.
[출처] 27. 태양 제3시대 -반지 전쟁 (회색회의) |작성자 영혁
반지온 (반지의 제왕 온라인) - 북미서버 한국 유저 커뮤니티 BANJI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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