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별들의 시대 - 엘다르의 장정(長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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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시대부터는 이야기가 많아서 적절히 끊어 쓰도록 하겠습니다.
발라들은 야반나와 오로메가 전해 오는 가운데땅 소식을 들으며 계속 커져가는 멜코르의 사악한 위세를 걱정하다 마침내 회의를 열었습니다. 언젠가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이 깨어날텐데, 발라들은 나무의 빛 속에 살지만 자손들은 저 컴컴한 어둠 속에 살게 내버려 두어야겠냐는 것이죠. 멜코르가 등불을 무너뜨렸을 때 발라들이 전쟁을 피한 가장 큰 이유는, 가운데땅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모르는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이 권능들의 싸움 중에 화를 입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운데땅에 지금보다 밝은 빛을 비추어야겠다는 결론이 났고, 바르다는 백색나무 텔페리온에서 은빛 이슬을 받아 별들을 만들었습니다. 아르다에 온 발라들이 행한 가장 위대한 일이었죠. 이전에도 희미한 별들은 이미 하늘에 보였으나, 바르다가 만든 별들은 훨씬 더 밝게 빛났습니다.
바르다의 역사(役事)가 끝나자 별빛이 총총한 '눈뜸의 호수' '쿠이비에넨'에서 엘프들이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만물 중에서 하늘의 별빛을 가장 먼저 바라보았고, 그 후로 영원히 별빛을 사랑하며 발라 중에 바르다를 가장 경외하게 되었죠. 그리고 엘프들은 스스로를 '퀜디'라고 불렀습니다.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이란 의미인데, 당시에 엘프들은 자신들을 제외하고 노래하거나 말하는 자를 만날 수가 없었거든요. 엘프들의 언어는 '퀘냐'라고 불리는데, 그냥 '말'이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엘프들이 여러 분파로 갈라지면서 서로 언어도 달라지게 되지요.
톨킨은 오래된 문헌을 연구하면서 고대 유럽 언어에 매우 정통했고, 혼자서 새로운 문자와 언어를 만들곤 했습니다. 톨킨 신화에도 실제로 배워서 익힐 수 있는 언어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바로 '퀘냐'이고 나머지 하나는 '신다린'입니다. 신다린은 일종의 엘프 방언인 셈인데, 가운데땅에서는 퀘냐보다 신다린이 주로 쓰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퀘냐라는 설명 없이 엘프말이라고 하면 신다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직 발라들은 엘프가 깨어난 사실을 몰랐습니다. 여느 때처럼 가운데땅에서 말을 달리던 오로메가 엘프들을 아주 우연히 발견하였지요. 오로메는 엘프들에게 '엘다르', 곧 '별의 민족'이란 이름을 지어 줬는데, 나중에는 오로메를 따라 서쪽으로 떠난 엘프들만을 일컫는 명칭이 됩니다.
엘프들은 처음에 오로메를 보고 두려움에 떨며 몸을 숨겼습니다. 멜코르가 길 잃은 엘프들을 하나 둘씩 잡아가면서, 어둠의 사냥꾼이 엘프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을 퍼뜨려 놓았기 때문이죠. 이때 잡혀간 엘프들은 고문 끝에 오크가 됩니다. 참고로 톨킨의 세계에서는 오크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고블린입니다. 용감한 엘프들은 괴소문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기수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오로메의 얼굴에는 아만의 빛이 서려있었고 모든 고결한 엘프들은 그 상서로운 빛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지요.
오로메는 잠시 엘프와 함께 머물다가 발리노르로 돌아가서 발라들에게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이 깨어난 사실을 알렸습니다. 멜코르의 어둠으로부터 엘프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심하던 발라들은, 일루바타르의 자손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고 결심하고 가운데땅으로 옵니다.
가운데땅 북서부에서 첫 전투가 벌어졌고 순식간에 발라들이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쿠이비에넨 주변에 보호막을 쳐서, 엘프들은 이 때의 엄청난 '권능들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멜코르의 본거지 우툼노가 있던 북쪽 끝 지방은 폐허가 되었고, 멜코르는 또다시 툴카스에게 패배하여 아울레가 만든 쇠사슬 앙가이노르에 묶여 발리노르에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이 때부터 멜코르가 석방될 때까지 '아르다의 평화'라고 불리는 시기가 계속되었고, 아마도 아르다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을 겁니다.
재판을 열어 멜코르를 만도스의 감옥에 가두고 나서 발라들은 다시 회의를 했습니다. 울모는 엘프들이 가운데땅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땅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한 반면, 대다수는 엘프가 별빛 속에만 지내는 것을 염려하여 나무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아만 대륙으로 부르자고 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앞으로 많은 재앙을 초래하지요. 위대한 발라들도 모든 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었던 겁니다. 특히나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의 운명에 관해서는.
엘프들은 오로메를 제외하면 전투에서 분노하는 발라들만 보았기 때문에 그들이 두려워서 소환에 바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오로메가 다시 파견되어 엘프 중에 대표 세 사람을 뽑아 발리노르에 데려갔지요. 그들은 발리노르에 도착하자 발라들의 영광에 압도되었고 나무의 빛을 얻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혔습니다. 세 명의 엘프는 가운데땅으로 돌아가서 아만 대륙으로 이주하자고 동족들을 설득하였지요. 그리고 그들은 각각 자기 무리의 왕이 되는데 잉궤, 핀웨, 엘웨가 그들의 이름이었지요.
대부분의 엘프들은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으나 몇몇 엘프들은 빛의 나무에 대한 풍문보다 별빛을 더 사랑하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거절한 이들', '아바리'로 불리었고, 발라의 뜻을 따른 엘프들만 엘다르로 부르게 되었죠. 아바리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야기에 나오지도 않지요.
잉궤의 일족은 가장 수가 적었지만 장정의 선두에 섰고, 잉궤는 엘프족 전체의 대왕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핀웨의 일족이 따랐고, 가장 수가 많은 엘웨의 일족은 그만 뒤쳐져 버리고 맙니다. 심지어 엘웨의 일족 중에서는 렌웨라는 인물이 나타나 서부 장정을 포기하고 많은 이를 이끌고 남쪽으로 떠나버립니다. 그들은 '난도르'라고 불렸고 가운데땅의 자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지니게 되었죠.
마침내 잉궤와 핀웨의 일족은 에리아도르와 청색 산맥(에레드 루인)을 넘어 가운데땅 서쪽 끝 지역에 도착합니다. 나중에 이곳은 벨레리안드라고 불리는데, 게임에서 지도를 열어보면 이런 곳을 찾아 볼 수 없었죠? 태양 제1시대에 벨레리안드는 가라 앉고 말았기 때문이죠. 벨레리안드에서 엘프들은 바다를 처음 보았고,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혀 많은 이들이 숲과 언덕으로 달아나버렸습니다.
난도르가 떨어져 나간 엘웨의 일족도 벨레리아드 동쪽에 들어서게 되었죠. 그런데 이곳에서 엘웨는 어느 숲속에 혼자 들어섰다가 그만 마이아 멜리안을 만나고 맙니다. 멜리안은 로리엔의 정원에 살았던 마이아였는데, 로리엔의 무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웠습니다. 엘프들이 눈을 떴을 때 가운데땅으로 건너와 새들에게 노래를 가르친 영이 멜리안이었죠. 엘웨는 멜리안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여러 해 동안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수명의 제한이 없는 족속들이니 손만 잡고 몇 십년을 보내는 것 쯤이야.. --; 엘웨는 숲밖에 머물고 있는 자기 백성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죠.
해안에 머물고 있던 엘프들에게 울모가 와서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내었고, 울모는 어느 섬의 뿌리를 뽑아다가 벨레리안드로 끌고 와서 잉궤와 핀웨의 백성들을 태우고 아만 대륙으로 향했습니다. 엘웨의 무리들은 아직 동쪽에 있었던 탓에 울모의 부름을 듣지 못했지요. 게다가 많은 이들이 그들의 왕인 엘웨 없이는 떠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잉궤와 핀웨의 무리가 가운데땅을 떠났다는 사실을 듣고 그들을 그리워한 엘프들은 엘웨의 동생 올웨를 그들의 왕으로 세우고 바닷가에 도착하게 됩니다. 울모를 따르는 마이아 중에서 파도의 군주 '오세'와 고요한 바다의 귀부인 '우이넨' 부부가 그들을 찾아와 바다의 전승과 음악을 가르킵니다.
핀웨는 올웨 무리를 아만으로 데려오기를 울모에게 간청하였고, 울모는 그 청을 받아 들여 섬을 끌고 벨레리안드로 갔지요. 그러자 오세는 엘프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해서 일부를 설득해 아만으로 떠나지 않도록 합니다. 그들은 '팔라스림'이라 불리었고, 가운데땅 최초의 선원이 되었죠. 조선공 '키르단'이 그들의 군주였습니다.
팔라스림을 제외하고 가운데땅을 떠난 올웨의 백성은 '텔레리'라고 불립니다. 사실, 엘웨의 일족은 전부 텔레리에 속하지만, 워낙 수가 많다보니 갈라져 나간 족속이 많아서 그들은 그들 명칭대로 따로 불러 주는 게 편합니다. 텔레리는 펠로리 산맥을 넘어 아만 대륙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들이 타고 온 섬 '톨 에레세아', 즉 외로운 섬에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나중에는 오세에게 선박 제조 기술을 배워 아만 대륙 해변으로 건너 와서 '백조의 항구' '알쿠알론데'라는 도시를 건설하지요. 이렇듯 텔레리는 엘프 중에서도 특히 바다를 사랑한 족속이었습니다.
잉궤의 일족은 '바냐르'라고 일컫어졌고, 만웨가 그들을 가장 총애하였습니다. 바냐르는 누구보다 시가에 뛰어났다고 하는데, 가운데땅에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만 대륙의 빛을 사랑하였고, 가운데땅을 뒤돌아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요.
핀웨의 일족은 '놀도르'라고 불리는데, 지식의 엘프라는 뜻입니다. 아울레에게서 많은 솜씨를 배웠고, 그래서 나중에 드워프들도 놀도르와는 친교를 맺고 지냈지요. 사고를 가장 많이 친 엘프들이 전부 놀도르에 속합니다. 멜코르도 지식을 주재하는 권능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톨킨은 지나치게 지식에 몰두하는 일을 많이 경계했던 것 같습니다.
아만 대륙에서 엘프들이 살던 지역을 발리노르와 구별하여 엘다마르라고 부릅니다. 바냐르와 놀도르는 '티리온'이라는 도시를 짓고 살다가, 바냐르는 티리온을 버리고 떠나버립니다. 바냐르와 놀도르, 그리고 올웨를 따른 텔레리는 태양 이전에 훨씬 휘황찬란했던 나무의 빛을 보았다고 하여 빛의 엘프, '칼라퀜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가운데땅에 남은 나머지 텔레리들, 그러니까 아만 대륙에 도착하지 못한 난도르와 팔라스림, 그리고 엘웨를 기다리는 충실한 백성들은 '우마냐르'라고 불리었습니다. '아만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란 뜻이지요. 그리고 우마냐르와 아예 장정에 오르지 않았던 아바리를 합쳐서 '어둠의 엘프'라는 뜻으로 '모리퀜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빛을 본 적 없는 엘프라는 의미일 뿐, 판타지 게임에 등장하는 다크 엘프를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엘웨는 바냐르와 놀도르가 아만에 티리온을 세우던 무렵, 자신을 기다리던 백성들에게 돌아옵니다. 그들이 여태 본 적 없는 아만의 빛을 품은 마이아 멜리안과 함께. 엘웨의 백성들은 왕의 귀환과 여신이자 여왕인 멜리안을 지극히 반겼고, 엘웨를 따르는 엘프들은 '회색요정' 신다르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엘웨는 '회색망토왕' 싱골이라고 일컫어지게 되구요.
멜리안 덕분에 신다르는 벨레리안드에서 굉장히 강성했고, '도리아스'라는 왕국을 세웁니다. 본래 싱골이 대단히 뛰어난 엘프이기도 했구요. 그는 처음 빛의 나무를 본 세 엘프 중에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시 아만으로 가지 못했지만 누구도 그를 모리퀜디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싱골은 가운데땅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지요. 앞서 가운데땅에서 그냥 엘프말이라고 하면 신다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지요? 신다린은 신다르의 말이에요. 벨레리안드에서는 퀘냐가 아니라 신다린이 공용어였고, 이후 시대에도 신다린을 훨씬 더 많이 쓰였는데, 이게 다 과거 신다르 왕국의 힘 덕분이었던 것이죠.
신다르는 본래 그들과 같은 일족이었던 팔라스림과 동맹을 맺고 벨레리안드에서 번영을 누립니다. 멜코르는 발라들에게 포박되어 있었고, 아만에서건 가운데땅에서건 모든 엘프에게 영광스런 시절이었습니다. 놀도르 왕가에 암운의 그림자가 내리기 전까지는요. 다음 글에서는 핀웨 가문으로부터 일어났던 비극과 나무의 시대가 어떻게 끝장나게 되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슬슬 스크롤의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하네요. ㅋ;
발라들은 야반나와 오로메가 전해 오는 가운데땅 소식을 들으며 계속 커져가는 멜코르의 사악한 위세를 걱정하다 마침내 회의를 열었습니다. 언젠가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이 깨어날텐데, 발라들은 나무의 빛 속에 살지만 자손들은 저 컴컴한 어둠 속에 살게 내버려 두어야겠냐는 것이죠. 멜코르가 등불을 무너뜨렸을 때 발라들이 전쟁을 피한 가장 큰 이유는, 가운데땅 어디에 잠들어 있는지 모르는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이 권능들의 싸움 중에 화를 입을지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가운데땅에 지금보다 밝은 빛을 비추어야겠다는 결론이 났고, 바르다는 백색나무 텔페리온에서 은빛 이슬을 받아 별들을 만들었습니다. 아르다에 온 발라들이 행한 가장 위대한 일이었죠. 이전에도 희미한 별들은 이미 하늘에 보였으나, 바르다가 만든 별들은 훨씬 더 밝게 빛났습니다.
바르다의 역사(役事)가 끝나자 별빛이 총총한 '눈뜸의 호수' '쿠이비에넨'에서 엘프들이 눈을 떴습니다. 그들은 세상의 만물 중에서 하늘의 별빛을 가장 먼저 바라보았고, 그 후로 영원히 별빛을 사랑하며 발라 중에 바르다를 가장 경외하게 되었죠. 그리고 엘프들은 스스로를 '퀜디'라고 불렀습니다. '목소리로 말하는 자들'이란 의미인데, 당시에 엘프들은 자신들을 제외하고 노래하거나 말하는 자를 만날 수가 없었거든요. 엘프들의 언어는 '퀘냐'라고 불리는데, 그냥 '말'이라는 뜻입니다. 나중에 엘프들이 여러 분파로 갈라지면서 서로 언어도 달라지게 되지요.
톨킨은 오래된 문헌을 연구하면서 고대 유럽 언어에 매우 정통했고, 혼자서 새로운 문자와 언어를 만들곤 했습니다. 톨킨 신화에도 실제로 배워서 익힐 수 있는 언어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바로 '퀘냐'이고 나머지 하나는 '신다린'입니다. 신다린은 일종의 엘프 방언인 셈인데, 가운데땅에서는 퀘냐보다 신다린이 주로 쓰입니다. 그래서 특별히 퀘냐라는 설명 없이 엘프말이라고 하면 신다린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직 발라들은 엘프가 깨어난 사실을 몰랐습니다. 여느 때처럼 가운데땅에서 말을 달리던 오로메가 엘프들을 아주 우연히 발견하였지요. 오로메는 엘프들에게 '엘다르', 곧 '별의 민족'이란 이름을 지어 줬는데, 나중에는 오로메를 따라 서쪽으로 떠난 엘프들만을 일컫는 명칭이 됩니다.
엘프들은 처음에 오로메를 보고 두려움에 떨며 몸을 숨겼습니다. 멜코르가 길 잃은 엘프들을 하나 둘씩 잡아가면서, 어둠의 사냥꾼이 엘프들을 잡아간다는 소문을 퍼뜨려 놓았기 때문이죠. 이때 잡혀간 엘프들은 고문 끝에 오크가 됩니다. 참고로 톨킨의 세계에서는 오크를 부르는 다른 이름이 고블린입니다. 용감한 엘프들은 괴소문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기수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오로메의 얼굴에는 아만의 빛이 서려있었고 모든 고결한 엘프들은 그 상서로운 빛에 이끌릴 수밖에 없었지요.
오로메는 잠시 엘프와 함께 머물다가 발리노르로 돌아가서 발라들에게 일루바타르의 첫째 자손이 깨어난 사실을 알렸습니다. 멜코르의 어둠으로부터 엘프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심하던 발라들은, 일루바타르의 자손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한다고 결심하고 가운데땅으로 옵니다.
가운데땅 북서부에서 첫 전투가 벌어졌고 순식간에 발라들이 승리했습니다. 그리고 재빨리 쿠이비에넨 주변에 보호막을 쳐서, 엘프들은 이 때의 엄청난 '권능들의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멜코르의 본거지 우툼노가 있던 북쪽 끝 지방은 폐허가 되었고, 멜코르는 또다시 툴카스에게 패배하여 아울레가 만든 쇠사슬 앙가이노르에 묶여 발리노르에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이 때부터 멜코르가 석방될 때까지 '아르다의 평화'라고 불리는 시기가 계속되었고, 아마도 아르다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을 겁니다.
재판을 열어 멜코르를 만도스의 감옥에 가두고 나서 발라들은 다시 회의를 했습니다. 울모는 엘프들이 가운데땅에서 자유롭게 살면서 땅의 상처를 치유하도록 내버려 두자고 한 반면, 대다수는 엘프가 별빛 속에만 지내는 것을 염려하여 나무의 빛을 볼 수 있도록 아만 대륙으로 부르자고 하였습니다. 이 결정은 앞으로 많은 재앙을 초래하지요. 위대한 발라들도 모든 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능력은 없었던 겁니다. 특히나 일루바타르의 자손들의 운명에 관해서는.
엘프들은 오로메를 제외하면 전투에서 분노하는 발라들만 보았기 때문에 그들이 두려워서 소환에 바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오로메가 다시 파견되어 엘프 중에 대표 세 사람을 뽑아 발리노르에 데려갔지요. 그들은 발리노르에 도착하자 발라들의 영광에 압도되었고 나무의 빛을 얻고 싶은 갈망에 사로잡혔습니다. 세 명의 엘프는 가운데땅으로 돌아가서 아만 대륙으로 이주하자고 동족들을 설득하였지요. 그리고 그들은 각각 자기 무리의 왕이 되는데 잉궤, 핀웨, 엘웨가 그들의 이름이었지요.
대부분의 엘프들은 서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으나 몇몇 엘프들은 빛의 나무에 대한 풍문보다 별빛을 더 사랑하여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거절한 이들', '아바리'로 불리었고, 발라의 뜻을 따른 엘프들만 엘다르로 부르게 되었죠. 아바리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기록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제 더 이상 이야기에 나오지도 않지요.
잉궤의 일족은 가장 수가 적었지만 장정의 선두에 섰고, 잉궤는 엘프족 전체의 대왕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핀웨의 일족이 따랐고, 가장 수가 많은 엘웨의 일족은 그만 뒤쳐져 버리고 맙니다. 심지어 엘웨의 일족 중에서는 렌웨라는 인물이 나타나 서부 장정을 포기하고 많은 이를 이끌고 남쪽으로 떠나버립니다. 그들은 '난도르'라고 불렸고 가운데땅의 자연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지니게 되었죠.
마침내 잉궤와 핀웨의 일족은 에리아도르와 청색 산맥(에레드 루인)을 넘어 가운데땅 서쪽 끝 지역에 도착합니다. 나중에 이곳은 벨레리안드라고 불리는데, 게임에서 지도를 열어보면 이런 곳을 찾아 볼 수 없었죠? 태양 제1시대에 벨레리안드는 가라 앉고 말았기 때문이죠. 벨레리안드에서 엘프들은 바다를 처음 보았고, 엄청난 공포에 사로잡혀 많은 이들이 숲과 언덕으로 달아나버렸습니다.
난도르가 떨어져 나간 엘웨의 일족도 벨레리아드 동쪽에 들어서게 되었죠. 그런데 이곳에서 엘웨는 어느 숲속에 혼자 들어섰다가 그만 마이아 멜리안을 만나고 맙니다. 멜리안은 로리엔의 정원에 살았던 마이아였는데, 로리엔의 무리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지혜로웠습니다. 엘프들이 눈을 떴을 때 가운데땅으로 건너와 새들에게 노래를 가르친 영이 멜리안이었죠. 엘웨는 멜리안을 본 순간 사랑에 빠져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잡고 여러 해 동안 가만히 서 있었습니다. 수명의 제한이 없는 족속들이니 손만 잡고 몇 십년을 보내는 것 쯤이야.. --; 엘웨는 숲밖에 머물고 있는 자기 백성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죠.
해안에 머물고 있던 엘프들에게 울모가 와서 바다에 대한 두려움을 씻어내었고, 울모는 어느 섬의 뿌리를 뽑아다가 벨레리안드로 끌고 와서 잉궤와 핀웨의 백성들을 태우고 아만 대륙으로 향했습니다. 엘웨의 무리들은 아직 동쪽에 있었던 탓에 울모의 부름을 듣지 못했지요. 게다가 많은 이들이 그들의 왕인 엘웨 없이는 떠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잉궤와 핀웨의 무리가 가운데땅을 떠났다는 사실을 듣고 그들을 그리워한 엘프들은 엘웨의 동생 올웨를 그들의 왕으로 세우고 바닷가에 도착하게 됩니다. 울모를 따르는 마이아 중에서 파도의 군주 '오세'와 고요한 바다의 귀부인 '우이넨' 부부가 그들을 찾아와 바다의 전승과 음악을 가르킵니다.
핀웨는 올웨 무리를 아만으로 데려오기를 울모에게 간청하였고, 울모는 그 청을 받아 들여 섬을 끌고 벨레리안드로 갔지요. 그러자 오세는 엘프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해서 일부를 설득해 아만으로 떠나지 않도록 합니다. 그들은 '팔라스림'이라 불리었고, 가운데땅 최초의 선원이 되었죠. 조선공 '키르단'이 그들의 군주였습니다.
팔라스림을 제외하고 가운데땅을 떠난 올웨의 백성은 '텔레리'라고 불립니다. 사실, 엘웨의 일족은 전부 텔레리에 속하지만, 워낙 수가 많다보니 갈라져 나간 족속이 많아서 그들은 그들 명칭대로 따로 불러 주는 게 편합니다. 텔레리는 펠로리 산맥을 넘어 아만 대륙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그들이 타고 온 섬 '톨 에레세아', 즉 외로운 섬에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나중에는 오세에게 선박 제조 기술을 배워 아만 대륙 해변으로 건너 와서 '백조의 항구' '알쿠알론데'라는 도시를 건설하지요. 이렇듯 텔레리는 엘프 중에서도 특히 바다를 사랑한 족속이었습니다.
잉궤의 일족은 '바냐르'라고 일컫어졌고, 만웨가 그들을 가장 총애하였습니다. 바냐르는 누구보다 시가에 뛰어났다고 하는데, 가운데땅에는 딱 한 번을 제외하고 개입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아만 대륙의 빛을 사랑하였고, 가운데땅을 뒤돌아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지요.
핀웨의 일족은 '놀도르'라고 불리는데, 지식의 엘프라는 뜻입니다. 아울레에게서 많은 솜씨를 배웠고, 그래서 나중에 드워프들도 놀도르와는 친교를 맺고 지냈지요. 사고를 가장 많이 친 엘프들이 전부 놀도르에 속합니다. 멜코르도 지식을 주재하는 권능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톨킨은 지나치게 지식에 몰두하는 일을 많이 경계했던 것 같습니다.
아만 대륙에서 엘프들이 살던 지역을 발리노르와 구별하여 엘다마르라고 부릅니다. 바냐르와 놀도르는 '티리온'이라는 도시를 짓고 살다가, 바냐르는 티리온을 버리고 떠나버립니다. 바냐르와 놀도르, 그리고 올웨를 따른 텔레리는 태양 이전에 훨씬 휘황찬란했던 나무의 빛을 보았다고 하여 빛의 엘프, '칼라퀜디'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가운데땅에 남은 나머지 텔레리들, 그러니까 아만 대륙에 도착하지 못한 난도르와 팔라스림, 그리고 엘웨를 기다리는 충실한 백성들은 '우마냐르'라고 불리었습니다. '아만에 속하지 않은 이들'이란 뜻이지요. 그리고 우마냐르와 아예 장정에 오르지 않았던 아바리를 합쳐서 '어둠의 엘프'라는 뜻으로 '모리퀜디'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빛을 본 적 없는 엘프라는 의미일 뿐, 판타지 게임에 등장하는 다크 엘프를 떠올리시면 안 됩니다;
엘웨는 바냐르와 놀도르가 아만에 티리온을 세우던 무렵, 자신을 기다리던 백성들에게 돌아옵니다. 그들이 여태 본 적 없는 아만의 빛을 품은 마이아 멜리안과 함께. 엘웨의 백성들은 왕의 귀환과 여신이자 여왕인 멜리안을 지극히 반겼고, 엘웨를 따르는 엘프들은 '회색요정' 신다르라고 불립니다. 그리고 엘웨는 '회색망토왕' 싱골이라고 일컫어지게 되구요.
멜리안 덕분에 신다르는 벨레리안드에서 굉장히 강성했고, '도리아스'라는 왕국을 세웁니다. 본래 싱골이 대단히 뛰어난 엘프이기도 했구요. 그는 처음 빛의 나무를 본 세 엘프 중에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시 아만으로 가지 못했지만 누구도 그를 모리퀜디라 여기지 않았습니다. 싱골은 가운데땅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이었지요. 앞서 가운데땅에서 그냥 엘프말이라고 하면 신다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지요? 신다린은 신다르의 말이에요. 벨레리안드에서는 퀘냐가 아니라 신다린이 공용어였고, 이후 시대에도 신다린을 훨씬 더 많이 쓰였는데, 이게 다 과거 신다르 왕국의 힘 덕분이었던 것이죠.
신다르는 본래 그들과 같은 일족이었던 팔라스림과 동맹을 맺고 벨레리안드에서 번영을 누립니다. 멜코르는 발라들에게 포박되어 있었고, 아만에서건 가운데땅에서건 모든 엘프에게 영광스런 시절이었습니다. 놀도르 왕가에 암운의 그림자가 내리기 전까지는요. 다음 글에서는 핀웨 가문으로부터 일어났던 비극과 나무의 시대가 어떻게 끝장나게 되었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슬슬 스크롤의 압박이 느껴지기 시작하네요. ㅋ;
[출처] 4. 별들의 시대 -엘다르의 장정(長征) (회색회의) |작성자 영혁
반지온 (반지의 제왕 온라인) - 북미서버 한국 유저 커뮤니티 BANJIO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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