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나이가 몇 살이든 군대 얘기를 하는군요. > 자유 게시판


작성일 : 13-12-28 06:48 / 조회 : 1,436

남자들은 나이가 몇 살이든 군대 얘기를 하는군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일리피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본문

저도 남자지만...

군대 얘기를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군대에서 좋은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다른 사람들의 군대 얘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뻥 치시네..." 하며 그냥 무시하듯 흘려 듣습니다.


오랜만에 '이등병의 편지'를 듣고 있으니...

군대에서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오르네요.

군대 안가도 되는데 그 놈의 자존심이 뭔지...

굳이 군대를 가서 군병원에 불려 다니며 훈련단 생활을 시작하고...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기무대에 끌려가서 조서 쓰고...

결국 학생운동 경력 때문에 기피 병과에 배속되고...

자대 배치 받자마자 유서 쓰는 것으로 시작을 하고...

휴가는 나가지 못해 결국은 좋아했던 여자애가 보고 싶다는 편지에도

만나질 못하고 첫 휴가 나가니 결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낮에는 훈련... 밤에는 문서 작업질...

병장을 달고서도 너무 힘들어 혼자 울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죠.

배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배급이 끊긴 적도 있고...

쌀가마니 안에는 이미 곰팡이가 핀 쌀들로 밥을 먹다보니

허기가 져 다른 것을 먹으려고 해도...

그 흔한 PX도 없어 배를 곯아야했던...

남들처럼 집에다 전화해서 돈 좀 부쳐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 걱정하실까봐 전화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그렇게 첫휴가를 병장 달고 나오니...

세상에 적응도 되지 않아 집에서 책만 읽었죠.

1년 8개월만의 사회가 왜그리 낯설던지...

사람은 죄 짓고 살면 안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감옥에서 5년, 10년씩 살다 나오는 사람들은 어떨까 싶더군요.


같이 생활하다 죽어간 전우들과

발이 다 짓물러터져 구멍이 뚫리고...

구타에 머리가 터져 피칠갑을 하고...

그러면서 좋아했던 여자애도 떠나 보내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입 밖에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한번 배설해 봅니다.

== Arkenstone ==
2022-12-29 : 반온 텍스트 폰트 이야기 전달 받고 복귀하기 위해 리스타트?

김굽다불낸넘님의 댓글

김굽다불낸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저 같은 경우에는 울보엿는데;;;

이래뵈도  조교였어여

쓰레기장에서 맞고 ..새벽에 갑자기 깨우더니 빨래터에서 막 때리고  ㅠㅠ

이등병은 개였음 ....

거울도 못보는 ,, 한달 고참이 배성수라고  군산 깡패넘이 한기수 고참이되서 엄청 꼬였던 기억이

아...씨 벌 넘 들 ㅠㅠ

알아야될때님의 댓글

알아야될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군대얘기하면 정말 끝도 없는 것 같아요 ㅋㅋ
저도 조교출신인데 내무생활이 빡센곳이였나봐요?
요즘은 선진병영 해가지고 구타도 없어지고 부조리도 꽤 없어지고.. 하지만 여전히 군대는 왜가야하는지 모르겠더라구요~
남자라면 군대갔다와야지 하는데 그건 잘모르겠고~

키르디안님의 댓글

키르디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진짜사니이 백골 GOP편을 보니..
예전 군생활했던..25사단 GOP생활과 FEBA에서의 COP생활이 생각나더군요..
GOP생활하면..야간투시경으로 보는 DMZ의 밤하늘..
그리고 후반야 근무때 몰래 라디오 들고 나가서..듣는 정지영의 스윗뮤직박스
무료하고 외롭고 단순 반복적인 GOP생활의 활력소..
FEBA..COP생활하면..소대원들 자장면 회식..격오지에도 배달오는 중국집의 위대함..
대남방송..대북방송을 들으면서..생활하는게 정말 분단국가의 특이한 경험이긴 하더군요..
군생활의 2/3을 격오지 근무를 하다보니..
멍때리며 시간보내는 방법은 많이 배움..ㅠㅠ..어떻게 되었던 국방부 시계는 가는것이니..

로그인 후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