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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04-25 23:35 / 조회 : 1,575

저는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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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일리피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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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들렀습니다.

다른 게시판에도 이러한 글을 썼다가 소시오패스로 몰리며 비난만 받았네요.

하지만, 제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들어주십사 해서...

사전 허락도 없이 이런 글을 올려 죄송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단원고 근처입니다.

단원고까지 걸어서 5분이며, 안산올림픽기념관에 있는 분향소까지는 4분 거리입니다.

평소 이웃들과 친분을 많이 쌓고 지냈던 것은 아니기에

저와 친한 분들 중에 피해자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론과 대중의 배려없는 조문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이웃들은 알고 있습니다.



모든 조문객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자가용으로 조문을 온 일부 조문객들 중

주거자 우선 주차구역에다 버젓이 차를 대는 분들도 있다 합니다.

물론 정말 일부 개념없는 사람들이 그런 짓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조문이라는 것이 그리도 대단한 일인가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단원고 앞 분향소의 조문객을 위한 주차장은

안산 와스타디움과 안산 예술의전당에 마련이 되어 있습니다만...

그 거리가 사실 멉니다.

셔틀 버스가 오고 가는지까지 확인은 하지 못했지만,

상황이 그렇다보니 주택가에 차를 몰래 주차하시는 분들도 있는 모양입니다.



어떤 학부모는 이런 하소연을 합니다.

아이가 무섭다고 학교에 가기 싫어한다고...

아이는 합동 분향소 바로 옆에 있는 고잔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그런 분위기에 쉽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어머님은 이렇게 부탁을 하셨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많이 무서워하니 현수막이라도 좀 거두어 달라."

하지만, 그 대단한 조문의 증거를 그 누구도 치워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감히 말합니다.

애도와 조문은 유행이 아닙니다.

애도와 조문은 나의 의로움을 표현하는 행동이 아닙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와서도 안되는 곳이며,

수많은 SNS에 올라오는 인증샷이 자랑스럽게 여겨져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저는 감히 묻고 싶습니다.

정말 그 분들을 위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느냐고.

혹여 내 자식, 가족이 그런 일을 안 당해서 다행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는 않느냐고.

자신보다 더 큰 불행에 빠진 사람들을 보며 자기 위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



"얼마나 힘드십니까..."

"아이를 아직 못 찾아서 어떡합니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 따위 말이 과연 지금 유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더 슬프게 하고 더 힘들게 한다는 생각은 않으십니까?

얼굴이 반쪽이 된다는 말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신 적은 있으십니까?

힘들게 슬픔에 맞서 싸우시는 분들에게 그 힘든 일을 계속 상기시키는 것이 위로인가요?



그리고 감히 따지고 싶습니다.

지금 온국민이 슬픔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만,

그럼 지난 경주 리조트 체육관 붕괴 때는 왜 그리들 무관심 하셨습니까?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싶습니다.

분향소는... 빈소는... 당신들을 PR하는 곳이 아닙니다.

현수막마다 적혀 있는 온갖 단체들의 이름들...

그 이름을 꼭 넣어야 비로소 애도의 마음이 전해진답니까?

정치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조문을 온 것이 그리도 자랑스럽습니까?

언론들은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사람들이 슬퍼하는 모습이 구경거리라도 된답니까?



언론, 정치인, 유명인, 그리고 여러 단체들의

자신들의 홍보 및 밥벌이를 위해 희생을 당하고 있는

주민들의 어려움도 알아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조문 올 때는 조금 고생스럽더라도

제발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분향소 덕분에 왕복 4차선 도로가 지금은 2~3차선으로 운용중입니다.

그렇게 자가용들을 끌고 오시면 차들이 빠져 나가지를 못합니다.

조문객들의 주택가 주차를 이해해달라고 하기 전에

그 애도의 마음을 함께 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해 주세요.
== Arkenstone ==
2022-12-29 : 반온 텍스트 폰트 이야기 전달 받고 복귀하기 위해 리스타트?

아스린님의 댓글

아스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비난 받을 글은 아니네요

하지만 어디 게시판이던 이상한 사람은 잇으니 잘못걸린듯 싶습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일리피오님의 댓글

일리피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금요일에도 이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는 피해 학생들이 살았던 단원고 주변 동네와

고잔 초등학교, 분향소, 단원 고등학교를 잇는

성지 순례하듯 관광 하더군요.

좀 미쳐가는 것 같아요.

여기는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가이고,

주민들에게도 생활이라는 게 있단 말이죠.

주민들과 피해자, 유가족들이 이제 그만 해달라는 말을 해도

되레 더 심해지고 있네요.

현수막은 줄어들기는 커녕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Oviel님의 댓글

Ovie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조문객들의 주차문제와 일리피오님을 비롯한 주민들에게 피해주는 행동은(성지순례) 문제가있네요...

그렇지만 아이가 무서워한다고 현수막을 없애달라는 부모님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부모님은 아이가 현재 상황을 이해할수 있도록 설명해주고 또 다른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할수 있도록 그리고 심적인 안정감을 찾을수 있도록 도와줘야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일리피오님의 댓글

일리피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의 댓글

매번 이런 일로 현수막이 걸릴 때마다 생각하곤 합니다.

과연, 그 현수막이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위로가 되는가?
실제로는 사고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피해자에게
오히려 더 그 사고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위로가 된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현수막의 내용은 적절한가?
왜 애도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단체 이름을 꼭 적어 넣어야 하는가?

진실로 애도하는 마음이라면,
익명의 애도 현수막으로 그 마음을 대신할 수는 없는가?

안산에 오셔서 현수막이 얼마나 심하게 걸려 있는지 보시면,
왜 현수막을 치워달라는 말까지 나오는지 아시게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심적인 안정감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하셨죠?
피해 고등학생들은 이런 게 오히려 더 힘들게 한다고 하더군요.

단원고 학생들 모여서 추모 촛불집회를 가졌죠.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된 사람들부터 촛불을 하나씩 끄면서
아직 촛불을 끄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 있어주었죠.
이런 게 치유를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네요.
치유를 돕는다고 하면서 사고의 기억만 들쑤시는 언론과 대중보다
오히려 단원고 학생들이 더 의연하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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